북한 사이버부대가 우리 군(軍) 인터넷 홈페이지 66곳에 침입해 군수(軍需)정책 등에 관한 각종 군사자료를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북은 최근 중국에서 활동 중인 공작원을 통해 한국군이 사용 중인 암호장비와 같은 기종을 구입하려고 했다. 국방부가 국회에 낸 국정감사 자료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이와는 별도로 올해 3월엔 육군 3군사령부 인터넷망이 뚫려 700여 개 화학물질 제조업체 및 관련 기관과 연결된 정보 2000여 건이 유출됐다.
군 당국의 군사기밀 관리가 허술해 북한군의 끊임없는 사이버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양상이다. 북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사이버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데 우리 군은 번번이 허점을 드러내 국민은 불안하다. 정보기술(IT) 강국인 우리나라의 군이 북의 사이버부대에 왜 이리도 무력(無力)한가. 대책은 없는가.
북은 1986년 인민무력부(국방부에 해당) 밑에 5년제 군사대학을 세워 컴퓨터 전문가를 매년 100명씩 배출했다. 이들 중 우수인력은 해킹부대 군관(장교)으로 임관돼 한국군 주요 부대와 주한미군, 방위산업체 등의 인터넷망에 침투하고 있다. 북이 치명적인 유해화학물질을 제조하는 업체와 기관의 정보를 빼내간 것은 유사시 미사일이나 방사포를 쏘아 후방 교란작전을 벌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암호장비만 해도 저들이 우리 군의 암호 프로그램까지 손에 넣게 된다면 주요 군사기밀을 고스란히 넘겨주는 것과 다름없다.
오늘날의 전쟁은 정보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의 핵무기도 우리가 관련 정보를 꿰뚫고 있다면 보관 장소와 이동 과정을 사전에 포착해 발사 전에 먼저 타격할 수 있다. 그 반대로 손에 넣은 관련 정보가 없다면 불안이 더 커지고 실제로 재앙을 당할 우려도 있다.
정보전쟁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쟁이다. 각국은 적(敵)의 군사적 움직임과 작전내용, 각종 전략 등을 미리 알아내려고 애쓴다. 엄청난 국방예산을 들여 군사위성이나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레이더 같은 정보 탐지장비를 갖추려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올해 7월엔 청와대와 국방부, 미국 백악관 등 25개 사이트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군 당국은 사이버사령부 창설 방침을 밝혔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구멍 뚫린 인터넷망을 그대로 놓아두고서는 정보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강력한 국가적 대응이 요구된다. [동아사설]
군(軍) 인터넷망이 북한에 뚫린 게 이번이 처음인가
지난 3월 5일 육군 3군사령부 화학과장이 사무실 개인 컴퓨터에 보관하던 국립환경과학원 화학물질안전관리센터의 접속 인증 암호가 해킹됐다고 월간조선이 보도했다. 해커는 이 암호로 환경과학원이 구축한 '화학물질 사고 대응 정보 시스템'(CARIS)에 들어가 700여 유해 화학물질 제조업체와 1350종의 화학물질 관련 정보를 빼내갔다. CARIS 정보는 공기나 하천에 유출됐을 때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킬 수 있는 황산 염산 벤젠 등 특정 화학물질과 납 카드뮴 같은 중금속 관련 정보를 말한다. 화학물질 생산업체의 소재지는 북한이 미사일이나 장사정포를 동원한 공격을 해온다면 좌표(座標)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보다. 정보 당국은 이번 일을 북한 해커부대 소행으로 파악했다는 것이다.
군부대 업무용 인터넷은 읽기만 가능하고, 외부 메모리를 끼워넣어 쓰면 경고 메시지가 뜨게 돼 있고, 대용량 파일 설치도 금지돼 있고, 이메일 사용이 제한된다. 그런데도 간부의 인터넷 자료가 해킹당했다. 북한 해커부대가 우리 군 네트워크에 들어와 정보를 빼내갈 수 있다면 군 내부 컴퓨터 네트워크의 정보자료를 변형시키거나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놓을 능력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러시아는 2008년 9월 그루지야 침공 때 금융기관과 항공관제센터의 인터넷망을 마비시킨 일이 있고, 미국도 이라크 공습 때 이라크 방공망을 바이러스로 마비시켰다.
사이버 공격은 누가 어디서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도 힘들다. 지난 7월 정부와 금융기관, 언론사의 웹사이트를 마비시킨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 때도 공격 주체가 북한일 것이라는 추정을 증거를 들어 설명하지 못했다. 자기 정체를 숨기고 상대방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그걸 활용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가 있다. 미국은 작년 3월 국토안전부 주관으로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의 전문가 2500명이 참여해 화학공장·철도·석유·가스 등의 국가 인프라가 사이버 공격을 받을 때에 대비한 '사이버 스톰'이라는 가상훈련을 실시했다. 사이버 공격을 그만큼 절박한 안보문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가장 발전한 인터넷 시스템을 갖고 있는 나라다. 바꿔 말하면 사이버 공격이나 테러를 당할 때 피해가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3월에 일어난 이번 사건을 숨겨 왔다. 군 기밀이 관련된 예민한 문제라 그랬을 것이다. 군 인터넷망이 북한 해커에 뚫린 것이 이번뿐인지 의심스럽다. 국민은 정부가 대응책을 제대로 마련하고 있는 것인지도 불안하다.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보안(保安) 대책을 제시하고 전문가 검증을 받아야 한다.